외로운 아우의 봄을 위하여
외로웠을 것이다. 본래 성격이 불같기도 하고 사회성이 턱없이 부족한 후배라서 자기 코드에 맞는 사람들과 한정된 교류만 해왔을 테니 봄비 추적추적 내리는 오늘 같은 날이면 마음이 자주 무너져 내렸겠지. 가게 앞 공터에는 바이러스 창궐이 무색하게 형형색색의 봄꽃들이 지천이고 술꾼의 주정으로 왁자했던 가게는 인적이 끊겨 적막하니 봄날의 하루는 또 얼마나 길고 지루했을 것인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현실은 연극쟁이 자신이 보기에도 너무도 극적이라 가상인지 실재인지 가늠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예술가는 가상을 실재처럼 살아가는 존재들이니 이 가상 같은 실재 앞에서 낯설음이 덜했을까.
수줍은 전화였다. 어울리지 않게 망설이고 얼버무리는 게 역력한 전화였다. 별로 궁금하지 않았을 이것저것을 질문하다가 후배는 물었다 “뭐하고 있어요?” ‘뭐하고 있냐’니, 그건 하고 싶은 질문이 아니었을 것이다. “시간 되면 건너와요. 막걸리나 한 잔 하게.” 아마도 이 말을 하기 위해 빙빙 돌렸을 게 분명하다. 그 망설임, 후배답지 않은 머뭇거림이 맘에 걸려 컨디션이 그리 좋진 않았지만 “그래, 그럼 일찍 한 잔 하고 일찍 헤어지자. 나 지금 나갈게.”하고 말했던 것이다. 배다리 개코막걸리에 도착한 것은 4시, 후배는 홍어3합과 막걸리를 차려놓고 축구경기를 시청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얼굴은 좋아보였다.
문득 후배 김이 ‘사람을 고파하는 것’ 같아서 근처 사는 후배 장을 불러냈다. 김 역시 근처 사는 친구 심에게 연락을 했지만 피곤하다며 합류를 거절했다. 셋이서 막걸리를 마셨다. 이후 술 마시는 상황. 블라 블라 블라. 등산객으로 보이는 일행이 들어와 남은 막걸리를 모두 마셨기 때문에 김은 근처 친구에게 담근 막걸리를 주문했고 잠시 후 구면인 여성이 담근 막걸리를 품에 안고 나타났다. 그녀에게 막걸리 값 2만 원을 건네주었다. 결국 그 막걸리도 떨어지고 소주를 마셨다. 봄노래 몇 곡을 돌아가며 불렀다. 사장인 후배는 이미 많이 취해서 엎드려 있었고, 여자 후배와 나는 술자리를 정리하고 그릇들을 주방에 옮겨다 놓았다. 설거지는 해주지 않았다. 개코막걸리를 나와 취한 김을 택시 태워 먼저 보내고 나머지는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집을 향해 헤어졌다. 집 근처 신포순대에 들러 순대국 한 그릇을 포장해 돌아왔다. 탁월한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