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죽을 쑤는 시간
정부에서 강력하게 권고 중인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끝나지는 않았지만 교회로부터 부활절예배를 계획대로 진행할 거라는 문자를 받고, 그렇다면 오늘은 어머니를 모시고 예배를 보고 올까 생각했는데, 웬일인지 아침부터 어머니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다른 때 같았으면 벌써 아침은 물론 세수와 화장까지 모두 마치고 거실 의자에 앉아계셨을 텐데 오늘은 기상조차 하지 않고 계셨다. 걱정이 돼서 방문을 열고 “어디 편찮으세요.”하고 물어봤더니 “영 몸이 편치 않네.”라고 말씀하셨다. 머리를 짚어봤더니 열은 없었다. 다행이었다. 하지만 일단 뭔가를 드셔야 할 것 같아서 흰죽을 쑤기로 했다. 쌀알이 완전히 풀어질 때까지 나무 주걱으로 젓고 또 저었다. 쌀을 불리고 참기름으로 볶은 후 물을 넣어 끓여서 죽을 완성하는 데까지 꼬박 한 시간이 걸렸다.
완성된 죽 한 그릇과 물김치 반 공기, 양념간장과 김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 어머니께 가서 “엄마, 일단 일어나 보세요. 입맛이 없어도 뭔가 곡기를 드셔야 돼요. 죽 끓여 놨으니 한 술만 뜨세요. 빨리요!”하고 말씀드렸더니, 아들이 손수 죽을 끓여준 게 고마우셨던지 힘들게 일어나 식탁에 앉으셨다. “많이 끓여놨으니 일단 드시고 모자라면 더 드세요.”하고서는 나도 밥을 퍼 와 옆자리에 앉아서 함께 식사를 했다. 어머니는 죽 한 그릇을 남김없이 비우시고는 “그래도 죽 한 그릇 먹으니 속도 편하고 기운이 나는 것 같다.”라고 말씀하셨다. 나 듣기 좋으라고 말씀하신 게 분명하지만, 순간 맘이 무척 환해졌다. 어머니께서 뭔가를 불편함 없이 드신다는 건 몸에 큰 탈이 난 게 아니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설거지까지 본인이 직접 다 하시고 조금은 편해진 표정으로 거실 의자에 앉아 뉴스를 보셨다. 그런 어머니가 얼마나 고맙던지…… 어머니는 끓여놓은 죽으로 세 끼를 다 드셨다. 비록 부활절 예배에 참석하진 못했지만 기분 좋은 하루였다. 바이러스가 잠잠해지면 어머니와 자주 산책을 다녀야겠다고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