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세계사적 대전환의 기로에서

달빛사랑 2020. 4. 9. 23:40

 

최근 겪고 있는 전 지구적 재난을 목도하면서 이제는 세상을 보는 모든 패러다임이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는 것을 느낀다. 다시 말해서 목하 우리가 겪고 있는 재난의 현실은 우연찮게 만나게 된 일회적인 상황이 결코 아니다. 바이러스는 언젠가 구축될 테지만, 그것이 문제의 끝은 아니다. 이제 우리는 그 동안 우리가 견지하거나 묵인해 왔던 인간중심적인 자연관과 신자유주의적 경제 질서, 외형적 국부를 기준으로 서열화 돼 온 국제관계 등을 근본부터 다시 정립되어야 할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개발의 논리를 앞세우고 달려온 자본주의적 시장경제는 더 이상 인간의 삶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는 것과 전통적 강대국 중심의 국제질서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현 상황은 웅변하고 있다. 또한 인간의 삶의 편의를 위해 철저하게 훼손되어 온 자연은 앞으로는 더 이상 인간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매서운 경고를 주고 있다. 

 

이 모든 것의 변화와 더불어 인문학은 물론 문화예술 또한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이념과 가치, 형식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이미 문화예술은 인터넷과 미디어의 발달을 바탕으로 확보한 새롭고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보다 보편적이고도 실현가능한 국제적 문화예술연대를 고민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고민이 바이러스 이후 더욱 치열하고도 구체적으로 진행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전통적 예술 개념 또한 변화를 맞게 될 것이며 이제껏 본 적 없는 새로운 형태의 예술이 출현하게 될 것이다.

 

바야흐로 지금 우리는 세계사적 전환기에 서 있다. 바이러스 창궐은 분명 불행한 일이지만 이것을 계기로 우리는 이제껏 돌아보지 않았던 인간의 삶에 대한 본질적 질문은 물론이고 환경과 문명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이제까지 살아왔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지구에서 인간이 발붙이고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바이러스 감염사태는 가이아가 인간에게 허락한 마지막 성찰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주인도 아닌 종이 마치 주인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다른 종들을 지구로부터 쫓아내온 그 간의 전횡을 가이아는 더 이상 용서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은 대변화의 길목에서 여전히 낡은 가치에 연연하며 파멸의 길로 들어설 것인가 아니면 그간의 삶의 방식과 소중하다고 여겨온 제 가치들에 대한 반성을 통해 새로운 생존의 길로 들어설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이 선택의 순간은 결코 종교적 상징이나 공상적 사고로 치부 될 수 없다.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문제의식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