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첫날, 브라보 맘(mom)!
바이러스 때문에 교회도 못 가시고 산책도 못 하시니 심심하셨나보다. 엄마는 오늘 아침 나에게 얼갈이배추와 알배기배추, 실파와 오이, 무 서너 개를 사오라고 말씀하셨다. 모처럼 모래내시장에 나가 반찬거리와 채소를 장봐왔다. 엄마는 잠시 호흡을 고르시더니 이내 주방으로 들어가 김치를 담기 시작했는데, 깡마른 몸집 어디에서 그런 강단이 나오는 것일까. 엄마는 꼬박 세 시간 가까이 선 채로 채소를 다듬고 절이고 무치셨다. 오며가며 본 그 모습은 안쓰럽다기보다는 숭고해보였다. 도저한 집중과 익숙한 손놀림으로 마침내 물김치와 파김치, 오이무침, 얼갈이배추김치를 완성하셨다. 다른 반찬 없어도 김치만 있으면 밥 먹을 수 있다는 엄마의 지론이 오늘 우리 주방을 김치천국으로 만들었다. 당분간 김치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브라보 마마!
요즘 넷플릭스에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오래 전에 본 것들이지만 하나하나 다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얼마 전에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와 <모노노케 히메>, <천공의 성 라퓨타>를 봤고, 오늘은 <귀를 기울이면>, <추억의 마니>, <벼랑 위의 포뇨> 등 세 작품을 내리 봤다. 내일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코쿠리코 언덕에서>를 볼 예정이다. <바람이 분다>,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도 일단 대기 목록에 올려놓고..... 바이러스 창궐하니 문화생활을 곱절로 하네. 다만 영화보기와 음악듣기에 편중되어 읽고 쓰는 것을 등한시하게 될까 그것이 저어되긴 하지만..... 암튼 4월의 첫날을 꽉 차게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