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초원의 빛>
윌리엄 워즈워스의
‘Ode : Intimations of Immortality from Recollections of Early Childhood’ 중 10장의 2연―영화 <초원의 빛(Splendor in the Grass)>에 인용된 부분 | 손현숙 譯
한때 그처럼 찬란했던 광채가
이제 눈앞에서 영원히 사라졌다 한들 어떠랴
초원의 빛, 꽃의 영광 어린 시간을
그 어떤 것도 되불러올 수 없다 한들 어떠랴
우리는 슬퍼하지 않으리, 오히려
뒤에 남은 것에서 힘을 찾으리라
지금까지 있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있을
본원적인 공감에서
인간의 고통으로부터 솟아나
마음을 달래주는 생각에서
죽음 너머를 보는 신앙에서
그리고 지혜로운 정신을 가져다주는 세월에서
What though the radiance which was once so bright
Be now for ever taken from my sight,
Though nothing can bring back the hour
Of splendor in the grass, of glory in the flower
We will grieve not, rather find
Strength in what remains behind;
In the primal sympathy
Which having been must ever be;
In the soothing thoughts that spring
Out of human suffering;
In the faith that looks through death,
In years that bring the philosophic mind.
영화 <초원의 빛>에 나오는 (같은) 시를 시인 조병화는 아래와 같이 의역(?)했다. 1행부터 10행은 조병화 시인이 분위기를 고려하여 창작해 넣은 듯. 좀 더 감상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긴 했지만, 저자인 워즈워스는 좋아했을까. 아무튼 사춘기 시절 다이어리나 편지지에는 조병화 시인의 의역본이 전형적인 편지지 글씨체로 인쇄되어 있곤 했다.
여기 적힌 먹빛이 희미해질수록
그대를 향한 마음 희미해진다면
이 먹빛이 하얗게 마르는 날
나는 그대를 잊을 수 있겠습니다.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 해도 서러워 말지어다.
차라리 그 속 깊이 간직한 오묘한 세월을 찾으소서.
초원의 빛이여
그 빛 빛날 때 그대 영광 빛을 얻으소서.
한때는 그토록 찬란했던 빛이었건만
이제는 덧없이 사라져 돌이킬 수 없는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다시는 찾을 길 없더라도
결코 서러워 말자.
우리는 여기 남아 굳세게 살리라.
존재의 영원함을
티 없는 가슴에 품고.
인간의 고뇌를 사색으로 달래며
죽음의 눈빛으로 부수듯
티 없는 믿음으로 세월 속에 남으리라.
[줄거리]
1920년대의 캔사스의 작은 마을과 고등학교가 무대이다. 잘 생긴 부잣집 청년 버드(웨렌 비티)는 여학생들에게 열광적인 얻고 있지만 그가 좋아하는 소녀는 윌마(나탈리 우드)다. 윌마의 집은 가난했지만 윌마는 아름답고 착한 모범적인 소녀였다. 한창 혈기 왕성한 버드는 윌마와 육체적 관계를 맺고 싶어하지만 윌마는 이를 거절한다. 독실한 기독교인이고 성에 대해 무지했던 윌마에겐 버드와의 육체적 관계가 두려웠던 것이다. 이에 불만을 갖고 있던 버드는 욕망을 참지 못하고 다른 여학생과 어울리고, 연약한 윌마는 신경 쇠약 증세를 보여 자살을 시도하고 만다.
윌마의 부모가 딸의 상처를 감싸려고 그들의 교제를 금지하자 두 사람은 괴로워 하고 윌마의 정신 쇠약은 극에 달해 정신병원에 입원하기에 이른다. 버드의 집도 파산하게 되어 버드는 다른 지방으로 이사간다. 세월이 흘러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두 사람. 버드는 윌마의 친구였던 안젤리나와 결혼하여 평범한 기술자가 되어 있고 윌마 역시 병원에서 나와 평범한 숙녀가 되었다. 우연히 재회한 두 사람은 여전히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지만 결국 각자의 길을 가기로 한다. 윌마는 워즈워드의 시 구절을 중얼거리며 눈물을 글썽인 채 버드의 농장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