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목사님의 눈물

달빛사랑 2020. 3. 14. 19:30

내일 주일 예배를 앞두고 담임 목사님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최근 바이러스 여파로 신자들이 교회에 오지 않아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는 내용이었다. 얼마 전 100억 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대성전을 건축했는데, 3월에 열기로 한 성전 봉헌식도 열지 못한 채 썰렁한 예배당을 봐야 하는 마음이 자못 쓰리고 아플 것이라는 것이야 짐작 못할 것도 아니다. 봉헌식을 해야 성도들로부터 특별 헌금이 들어오고 초청된 타교회 목사님들이나 귀빈들로부터도 축하헌금이 들어올 텐데, 지금 그러지 못하고 있으니 얼마나 답답하고 조급하겠는가. 성전 건축은 교회가 건축에 들어가는 제 비용을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가 지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추후 결재해야 하는 대출이자와 미납공사대금이 만만찮은 법이다. 천 명이 넘는 교인 수를 가지고 있는 교회의 경우 한 주일에 수천만 원의 헌금이 들어오게 되어 있다. 교회도 그런 헌금의 규모에 맞춰 사업을 계획하고 추진하는 법인데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지출 대비 수입 규모에 차질이 발생했으니 오죽 답답하겠는가. 

 

평소 기독교에 대해 안 좋은 인상을 갖고 있는 분들은 어쩌면 자업자득이군.”이라든가 그거 참 쌤통이다.”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교회의 신도로서 목사님만큼이나 이 상황이 안타까운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교인들이 앉을 자리가 없어서 예배가 어려웠던 상황도 아닌데 무엇 때문에 이렇듯 큰 성전을 지어놓고 빚에 허덕여야 하는 것일까 답답한 점도 없지 않다. 단지 교인을 수입원으로, 교인 숫자를 수입규모로 치환하여 사고하는 한국대형교회의 비()신앙적 마인드가 우리 교회 목사님에게도 영향을 미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성전의 규모가 으리번쩍하고 예배환경이 좋아짐으로써 신도들에게는 교회에 대한 소속감은 물론 애정과 자부심이 충만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전 교인이 합심으로 하나님 성전을 은혜롭게 완성해 가는 것이야 나쁠 것이 무에 있겠는가. 다만 무리하게 건축하는 과정에서 헌금에 대한 공공연한 강요가 이루어지고 신도 사이의 상대적 박탈감이 증폭됨으로써 갈등이 확산된다면 그건 정말 하나님이 바라는 바가 결코 아닐 것이다. 또한 담임 목회자나 교회 지도부의 허영심으로 말미암아 신앙적 요구나 예배를 위한 현실적 필요성 때문이 아니라 단지 외적인 과시를 위해서 시작한 성전 건축이라면 하나님은 교회에 임재하기는커녕 혀를 차며 분노할 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빨리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고 교회도 정상화되어 더 이상 목사님이 눈물을 흘리지 않는 상황이 되길 바란다. 헌금도 신도의 몫이고 봉사도 신도의 몫이며 빚 감당도 목사님의 눈물을 닦아줘야 하는 것도 결국 모두가 신도의 몫이라면, 한국교회의 신도들은 참 불쌍하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