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피장파장의 오류

달빛사랑 2020. 3. 11. 23:30

 

오후에는 MP3와 그 부속품을 전해주기 위해 혁재를 만나러 구월동 나갔다가 우연찮게 우재 형과 유 박사, 여행에서 막 돌아온 종우 형까지 만나 술을 마셨다. 혁재에게 물건을 전해준 후 막걸리 한 병씩만 간단하게 마시고 돌아오려 했는데, 우재 형으로부터 최근 인천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시민단체들의 선거 전략에 관한 질문을 받게 되면서 이야기가 길어졌다. 핵심은 적전(敵前) 상황에서의 편법을 용인할 것인가 아니면 패배를 감수하면서까지 원칙을 지킬 것인가 하는 것이었는데, 나는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 속마음과 다른 이야기를 함으로써 그를 안심시켰다. 보수정치판에서 의리와 원칙이 사라진 지 이미 오래인데다 미래통합당에게 권력을 안겨주기는 더더욱 싫기도 했고……. 편법에 편법으로 응전하게 될 경우, 승리를 해도 문제고(그들은 전술적 승리라며 기뻐할 게 분명하지만) 패배해도 문제다. 후자의 경우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게 되어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될 테니까 말이다. 그렇게 되면 책임론으로 위장된 기득권 사수투쟁이 전개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경박한 참새 정치인들의 속 보이는 이합집산이 다시 벌어지게 될 것은 뻔한 일이다. 이것을 모를 리 없는 시민단체와 일부 정치세력들이 그러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차악을 선택하기로 했다면, 그것은 그만큼 해당 정치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