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봄날의 시간은 잿빛이 되어.....
달빛사랑
2020. 2. 28. 21:30
바이러스 확산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국민들은 감염에 대한 불안과 공포로 떨고 있고 방역을 책임져야 할 국가는 멘붕에 빠져 있다. 그 불안과 공포의 틈바구니로 주변에 대한 불신과 맹목의 분노가 집요하게 들어차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서로를 믿지 않는다. 봄은 이미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왔지만 그 누구도 봄날의 설렘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정치는 실종되고 불안을 숙주로 하는 분노와 그릇된 종교적 미망(迷妄)들만 거리를 활보한다. 고통 받는 타인은 나에게 위해가 되는 불편한 존재들일 뿐이다. 최소한의 연민도 낮은 차원의 연대감도 이미 희미해진 이 병든 거리에서는 눈물조차 그 진심을 의심받기 일쑤다. 어떠한 모습으로든 끝은 있을 테지만, 지금 우리는 치열하고도 슬픈 전쟁 중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데..... 바이러스가 우리 삶속으로 침범해 들어온 것은 불행한 일이지만 이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우리의 탐욕과 이기심과 불신과 자만함이 초래한 예고된 불행이란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절망의 시간들은 여전히 견고해 보이고 훈풍(薰風)은 쉽게 기약하기 어려운데, 오래 전부터 기다려온 저 아까운 봄날의 시간은 잿빛으로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