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봄 여행을 꿈꾸다
제주도 사는 영택 희순 커플이 인천에 왔다. 이틀 후 또 다른 후배 커플인 창길 혜경과 함께 태국여행을 가기 위해 올라온 것이다. 이번 여행은 현지 체류 기간이 한 달이 넘는 제법 긴 여행이 될 것이라고 한다. 한 달 이상을 외국에서 체류하며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그들의 조건이 무척 부러웠다. 노모를 모시고 사는 나로서는 일주일 정도의 여행조차 언감생심이기 때문이다. 점심때쯤 부개역에서 만나 부평구청 쪽으로 이동해 물매기와 도치 매운탕을 먹었다. 혁재도 합류했다.
영택 희순 커플은 이제 제주도 생활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을뿐더러 전망도 불투명하고 텃세도 만만찮아 그간 맘고생을 많이 한 모양이다. 그렇다고 다시 인천으로 올지 어떨지는 미정이라고 했다. 적응력 하나는 타고난 친구들이라서 크게 걱정이 되진 않는다. 아니 걱정은커녕 오히려 그 또한 부러웠다. 어디로든 맘만 먹으면 훌쩍 떠날 수 있는 삶의 부피를 지녔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물론 나름의 고민과 사정은 있겠지만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언제든 자신의 존재조건을 탈탈 털고 일어나 새롭게 출발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은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의 전도가 평탄하기를 바란다.
그들과 헤어져 돌아오면서 문득 봄 여행을 꿈꾸었다. 청탁원고도 마감 전에 써놓았고, 잡지 원고도 거의 다 받았놓았기 때문에 무척 홀가분한 상태다. 이제 쓰고 싶은 글을 쓰거나 시 창작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온 것이다. 미뤄놨던 몇 가지 일들만 처리하고 나면 가뿐한 마음으로 봄을 맞을 수 있을 것 같다. 출래불사춘의 느낌이 없진 않지만, 절기상으로는 벌써 내일이 입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