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엄밀하게 말하면 엄마가 갑이고 내가 을이긴 하지

달빛사랑 2020. 1. 9. 22:49

엄마에게 용돈을 드렸다. 엄마의 기초연금을 생활비에 보태 쓰면서 엄마에게 용돈을 준다고 말하는 것이 좀 그렇긴 하다.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엄마를 모시고 산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내가 아직도 엄마에게 신세를 지며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개인연금을 생활비에 보태 쓴다면 노령기초연금은 모두 엄마에게 드려야 옳은 일이지만, 사실 그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연금법이 통과되어 노인들의 기초연금이 5만 원 오른다고 하던데, 엄마의 용돈도 5만 원 인상(?)해 드려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가끔 세금이 많이 나오거나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기는 경우, 나는 갑의 입장이 되어 당연한 엄마 몫인 용돈을 주면서도 을을 대하듯 생색을 내곤 한다. 나중에 생각해 보면 무척 우습다. 엄마는 늘 노인이 쓸 데가 어디 있겠냐. 그저 헌금 할 거 하고 당뇨 혈압약값만 다오.”라고 말씀하시긴 하는데, 헌금을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하고 계신지 알 수 없으니 정확하게 엄마에게 필요한 게 얼마인지 타산하기가 무척 어렵다. 그냥 20만 원(전기세와 가스비가 많이 나오는 혹한기와 혹서기에는 15만 원)을 드리고는 있는데, 용돈을 드릴 때면 매번 그렇잖아도 돈이 하나도 없어 걱정했는데 고맙다.”라고 말씀하시는 걸 보면 한 달에 20만 원 정도는 쓰시는 모양이다. 아니면 설 명절이나 자식들 생일에 세뱃돈이나 용돈을 주기 위해 모아두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나만 용돈을 드리는 게 아니라 가끔 누나도 주고 동생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면 헌금을 생각보다 세게(?)하고 계신 건지도 모르겠고. 아무튼 어느 날, 엄마가 내 연금, 다 나를 다오해도 나로서는 할 말이 없는 입장이다. 그러니 엄밀하게 따지면 엄마가 갑이고 내가 을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