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성탄
크리스마스 아침,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괜스레 부산을 떨었다. 아마도 어머니를 향한 무언의 포즈였을 것이다. ‘오늘 나는 엄마와 더불어 교회 갈 준비가 되어 있어요.’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정작 엄마는 “날이 추워진 것 같은데, 오늘은 집에서 쉴까 한다.”하고 말씀하셨다. 이런, 너무 맥 빠지는 일인 걸. 그래서 나는 자신 있게 말했다 “엄마, 빨리 준비해요. 내가 같이 가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엄마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럴까, 그럼” 하시며 방에 들어가 옷을 챙겨 입었다. 엄마는 며칠 전부터 “오는 성탄절에는 모든 교인이 새 성전에 모여 예배를 본다고 하니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이는지 보고 싶구나.”라고 말씀해 오신 터였다.
엄마를 모시고 교회를 가는 일은 사실 만만한 일은 아니다. 그것은 마치 극기의 과정을 통과하는 일처럼 만만찮다. 조금 걷다가 숨을 고르고 다시 또 조금 걷다가 숨을 고르는 일의 반복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엄마는 한 번도 중도에서 포기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가다가 주차된 차에 기대거나 편의점 의자에 앉아 숨을 고르시는 일이 있어도 결코 다시 집으로 돌아가자고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렇게 힘겹게 쉬엄쉬엄 교회를 향해 걸어가는 엄마의 모습은 안쓰럽기보다는 비장해 보였다.
교회에 도착하니 붉은 산타복장의 소년 소녀들이 손에 은종을 들고 환하게 웃으며 캐럴을 부르고 있었다. 어린 시절의 성탄 모습이 떠올라 잠시 울컥했다. 그리고 예배당 이곳저곳에는 지미집(Jimmy Jib) 카메라를 비롯해 낯선 카메라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 ‘이건 뭐지’ 하고 있는데, 부목사가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오늘 기독교방송(CBS)에서 예배 모습을 생방송 촬영을 한다는 것이었다. PD로 보이는 젊은 사람과 스텝들이 촬영 현장을 지휘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생방송은 꼭 50분 촬영되었다. 그 시간에 맞추느라 평소보다 예배는 다소 일찍 끝났다. 예배가 끝나고 만찬이 있으니 교인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식당에 모이라고 했지만 나는 엄마와 함께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나와 엄마 모두 번잡스러운 것을 싫어하기도 하고 특히 엄마는 집을 편하게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숨을 헐떡이며 돌아온 엄마는 방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자마자 곯아떨어지셨다. 나는 얼마 전 먹고 남은 칼국수 면을 끓여 짜장을 부어 먹었다. 그리고 내가 낮잠에 들 때쯤 엄마는 잠에서 깨어 거실로 나왔다.
오랜만이다. 늘 전날 술집에서 밤을 새고 새벽에 들어와 하루 종일 잠만 자며 보내곤 했던 성탄절이었는데..... 올해는 어머니와 함께 하루를 같이 했다.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