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동지(冬至)
달빛사랑
2019. 12. 22. 22:00
새벽에 눈비가 내렸다. 이층 계단에도 살얼음이 얼었다. 누나는 아침부터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은 날도 춥고 길도 미끄러우니 교회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런데 사실 결빙(結氷) 때문만이 아니라 어제 새벽, 약속이 있어 인천에 내려온 손자가 도둑처럼 방문했기 때문에 엄마는 손자의 아침을 위해 그렇잖아도 교회를 쉴 참이었다. 혈육에 대한 사랑이 평생의 신앙을 이기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늦게까지 자고 일어난 손자는 예매해 놓은 군산행 기차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서 밥도 먹지 않은 채 서둘러 떠났다. 손자가 그렇게 가고 난 후 엄마는 “밥이라도 한 끼 먹여 보내야 했는데……”하시며 무척이나 쓸쓸해 하셨다. “그래도 잘 지내고 있다는 안부와 건강한 모습을 봤으면 됐지요. 뭐.” 나는 진부한 위로했다.
오늘은 동지(冬至), 24절기의 하나로 일 년 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날이다. 오늘이 지나면 밤은 짧아지고 낮은 점점 길어질 것이다. 모든 것이 그렇듯이 지극함 이후에는 성긴 틈새가 보이기 마련이다. 계절도 예외는 아니다. 겨울이 정점을 찍었으니 이제부터는 하루하루가 봄을 향한 시간이다. 어둠을 구축(驅逐)하는 빛의 시간이다. 엄마와 나의 삶에도 환한 빛이 가득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