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 때문에 후배 공연을 놓치다니....
후배가 연출한 연극공연을 가기 위해 알람까지 맞춰놨는데 운동하고 와서 점심을 먹은 후 깜빡 잠이 드는 바람에 가질 못했다. 다중언어 연극이라 부담스럽기도 했고 다소 의무감 때문에 가려했던 것도 사실이다. 공연시간 30여분 전에 잠이 깨긴 했지만 택시를 탄다 해도 신포동에 있는 극장까지 시간 맞춰 가기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혼자 피식 웃었다. 참 희한하게 언제부턴가 몸이 마음을 읽곤 한다.
사실 후배가 꼭 오라고 강권하거나 내가 꼭 가마고 약속했던 것은 아니다. 극장을 찾은 나를 봤다면 후배는 무척 감동했을 것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지 않은 나에게 서운해 할 하등의 이유는 없다. 다만 어려운 조건에서 무대를 지키는 후배를 격려하고 싶었을 뿐이다. 내가 가난한 연극쟁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은 그저 공연이 있을 때 극장에 가서 유료로 관극(觀劇)하는 것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가급적 후배들의 공연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하려고 노력해 왔다. 오늘도 그런 맘으로 참석하려 했던 것인데 낮잠을 자는 바람에 가지 못한 것이다. 후배가 좀 더 강하게 권했다면 달라졌을까.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후배가 강권했고 내가 대답했다면 그것은 나와 후배가 한 약속이었을 테니까.
헬스클럽 회원권을 6개월 연장했다. 등록기간이 남아 있었지만 할인행사 기간이라서 서둘러 재등록을 한 것이다. 잔여기간까지 합하면 내년 6월 초까지 맘 편하게 운동할 수 있게 되었다. 쌀독을 쌀로 가득 채웠을 때나 헬스클럽을 반 년 가까이 등록해 놓고 나면 괜스레 부자가 된 느낌이다. (생각해 보니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지 ‘괜스레’는 아니군) 그리고 인터넷쇼핑으로 후드티셔츠 서너 장을 구매했다. 쿠팡의 로켓배송이라 내일 새벽이면 도착할 것이다. 오랜만에 구입하는 옷이다. 그나저나 이번 달에는 이래저래 지출이 많다. 12월에는 긴축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