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You've Got Mail

달빛사랑 2019. 11. 1. 22:00



“You've Got Mail”

전자우편(e-mail) 등장했을 때 무척 놀라기는 했지만 나는 그다지 반갑지는 않았습니다. 나처럼 육필로 엽서나 편지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그것이 썩 매력적인 일이 아니었거든요. 물론 놀랍고 신선했던 건 사실입니다. 서둘러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 애인들이나 누군가에게 긴급한 연락을 보내야 했던 사람들에게는 수정도 쉽고 속도도 빠른 전자우편이 얼마나 고맙고 신선했겠어요. 하지만 그것은 육필편지가 줄 수 있는 감동은 포기해야 하는 일이었지요. 그 사람만의 글씨체와 그가 선택한 편지지, 펜의 종류, 우표 등을 통해서 느껴지는 설렘, 밀봉된 편지를 개봉할 때와 반듯하게 접힌 편지지를 펼 때의 그 떨림 등은 전자우편을 통해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미묘한 감정들이잖아요. 기동력은 떨어져도 정성은 담뿍 담긴 편지의 매력은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은 잘 모를 거예요.

 

그러나 오늘 나는 육필편지가 아닌, 전자우편에 얽힌 아련한 그리움을 환기시켜 준 영화를 한 편 보았습니다. 사실 우편의 종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시절의 추억이 중요했던 거지요. 오늘 본 영화는 90년대 감수성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그런 영화였지요. 물론 이 영화는 오랜 전에 이미 보았던 영화입니다. 하지만 세월이 너무 흘러 내용이 거의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영화 제목은 <You've Got Mail>. 본명이 아닌, 아이디와 닉네임이라는 온라인상의 명명법으로 자신을 소개하던 시절, 익명성이 가져다준 묘한 자유로움과 일탈에 대한 욕망으로 가슴이 뛰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당연히 그러한 설렘과 떨림은 나에게도 있었습니다. 뻔한 내용의 로맨틱코미디영화였지만 잊고 있던 추억을 환기시켜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영화였지요. 참 귀엽고 예쁜 영화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