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희한하다

달빛사랑 2019. 10. 15. 15:30

희한한 일이다. 날씨도 좋고 작업 조건도 좋고 어머니의 건강도 그런대로 양호한데 왜 마음이 편치 않은 거지? 약속된 원고도 마감을 어긴 적이 없고, 누구에게도 척을 진 일 없이 일상도 무난하게 흘러가는데 왜 이렇게 마음이 혼란스러운 것인지 모르겠다. 정치 때문인가. 무능한 정권과 파렴치한 정치가들의 난장(亂場)이 되어버린 현실 때문인가? 경제적 어려움도 없고, 인간관계도 원만하며 어머님도 무탈한데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마음이 무거운 것이냔 말이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무엇보다 시가 안 되기 때문에 이렇듯 조바심이 생긴 것이 틀림없다. 많은 글을 쓰고 많은 원고를 접하며 살고 있지만 대개는 문학과 무관한 글이거나 비문과 난문으로 얼룩진 문장들을 하루 종일 읽고 쓰고 다듬다 보니 감수성조차 경화(硬化)되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될 때도 있었으니까. 문화와 관련한 각종 모임에도 나가고 모종의 직책도 맡고 있지만 사실 나는 문화전문가가 아니라 예술가일 뿐이다. 시를 쓰는 예술가. 아마도 내게 맞지 않는 옷을 너무 여러 벌 입고 있기 때문에 내 자신의 안팎이 괴리를 일으키고 그것 때문에 마음이 불편한 게 아닌가 생각 중이다. 그리고 불투명한 미래. , 미래라는 단어가 최근처럼 건조하게 느껴질 때가 없다. 투명한 미래란 없다고 생각하지만 조금의 힌트도 없고 추측도 허락하지 않는 불투명한 미래라니……

 

어제 후배 에스의 하소연을 듣고 돌아오면서부터 생각이 많아졌다. 사랑을 잃은 후배, 이제 어떻게 가을과 겨울을 통과할 것인가. 사물을 볼 수 없어 후배는 마음의 눈으로 모든 것을 보아왔는데, 그 마음의 문마저 닫아버리려고 하고 있으니 안쓰러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