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가계부를 쓰다가

달빛사랑 2019. 9. 23. 22:30

포기하기로 했다. 뻔한 살림살이에 암산이 가능한 수준의 수입과 지출내역을 새삼스레 기록해서 무얼 할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가계부를 써보니 그 동안 몰랐던 지출 패턴과 규모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기는 했다. 불필요한 지출은 거의 없었다. 술값의 경우, 선후배들이 대부분 선결제해 놓은 것을 곶감 빼먹듯 조금씩 쓰고 있는 것이니 총지출 규모와는 무관하게 그것이 마이너스 경제의 원인이 될 이유는 없다. 그 외에는 대부분 식비나 공과금이다. 내 치레를 위해서 쓰는 돈은 거의 없다. 내 자신에 대해서 너무 인색한 거 같아 스스로에 대한 연민이 잠깐 일기도 했는데, 옷보다는 옷걸이를 관리하는 게 훨씬 유용한 투자이자 지출이라는 생각에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지난달과 이번 달, 에어컨을 원 없이 켜놓고 생활해 전기세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의외로 45천 원 정도밖에 나오질 않아 감동했다. 작년 이맘때에 10만 원대가 나온 것을 감안하면 의아스러운 금액이 아닐 수 없는데, 내 생각에는 아마도 오래된 구형 냉장고를 새것으로 바꾼 게 요금 절감의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저녁에는 갈매기에 들렀다.

월요 멤버 중에서 조구 형은 보지 못했고

혁재만 봤다. 주인 대신 운영하던 술집은

마침내 새 주인이 나타나 계약을 마쳤다고 한다.

이제 더 이상 삼산동에 가질 않아도 된 것이다.

막걸리 세 병을 마시고 적당한 취기로 돌아왔다.

밤바람이 상쾌했다. 11시가 되기 전에 돌아왔더니

엄마의 표정이 환하다. 그나저나 내일도 일찍 나가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