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문화포럼과 이사 간담회

달빛사랑 2019. 9. 24. 21:00

10, 재단 문화포럼 예술창작분과 세미나에 참석해 예술인복지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최근 인천시로부터 용역을 의뢰받고 이와 관련한 주제로 연구를 수행한 인천학연구원 최 모 박사의 프레젠테이션이 있었다. 많은 내용들이 담겼고 유의미한 지점이 없지 않았지만 나는 그녀가 발표한 인천 예술인 복지플랜이 무척이나 추상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의 자료에는 일반적인 예술진흥정책과 예술인복지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은 채 서술되고 있었다. 또한 복지플랜의 대상인 예술인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하는, 어쩌면 이 논의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이후에도 가장 논란이 많을 문제에 대해 정치한 고민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물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는 예술인증명 과정을 통해 지원 대상 예술가를 변별하고 있지만, 그 과정이 무척 까다로울 뿐 아니라 홍보가 덜 되어 등록률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이 인천만의 특수성을 간과한 채 중앙정부의 예술인 확인 방식을 그대로 수용하려 했다면 억대의 용역비를 들여서 연구를 진행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 아닌가 하는 게 나의 생각이다. 이 문제는 포럼 내부에서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눈 후 세밀하게 다듬어야만 할 것이다.

 

점심식사 후 곧바로 재단혁신위원회 최종안을 검토하는 이사 간담회에 참석했다. 기획경영본부에서 쟁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해 와 논의 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었다. 여전히 남는 문제가 존재하지만 언제까지나 이 사안을 이사회가 틀어쥐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일단 수용을 전제로 몇 가지 단서조항을 붙여서 시장에게 올려 보내기로 했다. 사실 최근 불거진 일련의 난맥들은 조직과 구조의 문제였다기보다는 구성원들 사이의 반목과 불신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따라서 그러한 불신을 없애기 위한 적극적인 소통과정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그 어떤 세련된 혁신안을 내놔도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반목과 불신, 갈등의 유탄을 맞고 후배 하나가 오늘 사표를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사내 커플이었던 그녀의 퇴직은 현재 재단 내에 흐르는 불신의 기류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하겠다. 따라서 재단 혁신은 (문제의 본질만 정확하게 파악할 수만 있다면) 실상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란 게 내 생각이다. 구체적인 업무의 조율과 배분, 조직의 건강성 회복은 구성원들이 상호 신뢰 속에서 함께 논의하고 단계적으로 해결해 나가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소통이고 그를 통한 신뢰의 회복이다.

 

회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후배 이찬영이 집까지 차로 데려다주었다. 차 안에서 찬영이는 월미평화축제에서 시와 춤이 어우러진 퍼포먼스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세 번 거절했으나 결국 승낙했다. 한 동안 쓰지 않았던 목적시를 다시 써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