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빈소를 다녀오다

달빛사랑 2019. 7. 15. 23:56

후배 희순이가 어머니를 잃었다. 제주도로 내려와 희순이와 함께 생활한 지 10여개 월, 치매를 앓던 어머니는 요양병원에서 희순이와 영별했다. 딸과 함께 살게 되어 너무 기쁘다며 상기된 얼굴로 소녀처럼 웃었다던 어머니는 작은 유골함 속에 몇 줌의 재가 되어 다시 인천으로 귀향했다. 신산했던 삶의 무게가 모두 빠져나간 어머니의 유해가 너무 가벼워 그녀는 울었을지도 모르겠다. 인천의료원에 다시 차려진 빈소에는 낯익은 얼굴들이 많았다. 평소 사람 좋고 배려심 많은 희순이와 영택이의 성정 때문일 것이다. 저녁나절 빈소에 들른 나는 생전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어머니의 영정 앞에 꽃을 올리고 그분의 안식을 위해 기도했다. 그리고 희순이를 말없이 꼭 안아줬다. 누구나 한번은 겪어야 하는 일이라지만 죽음을 대면하는 일은 매번 낯설고 힘이 든다. 다시 한 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다행히 영정 앞에 향을 피우지 않아 빈소의 공기는 탁하지 않았다. 감기가 다 낫질 않아서 바튼 기침이 자주 나를 괴롭혔다.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아 미경이 차편으로 비교적 일찍 빈소를 나왔다. 미경이가 고맙게도 집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비가 오려는지 바람이 무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