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갈매기에서 부평시장으로

달빛사랑 2019. 7. 8. 23:30

월요일, 일단 갈매기에 들러 나의 생존을 확인시키고 술벗들의 안부도 확인하는 날. 그리 이른 시간은 아니었지만(아니면 너무 이른 시간이어서) 조구 형은 안 보이고, 후배 혁재는 삼산동 소재의 모 술집으로 대장암 투병 중인 사장을 대신해 장사를 해주러 갔다고 한다. 하여간 혁재의 오지랖이란…… 나 역시 남의 사정에 마음이 약해지는, 예사로운 오지라퍼가 아니지만 혁재의 그것은 도무지 당해낼 재간이 없다. 우리는 반드시 천국이나 극락에 가야할 사람들이다. 그렇지 않다면 내세는 믿을 게 못 된다.

 

갈매기에서 나와 부평으로 이동해 연극하는 후배를 만났다. 후배는 천 개의 오아시스사업자로 선정이 되어 극장을 낭독전용 극장으로 개보수한 후 다양한 사업들을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예상했던 대로 늘 듣던 고민과 늘 듣던 불만을 다시 들었다당연히 나 역시 늘 하던 조언을 해주고, 늘 짓던 공감의 포즈를 취해주었다. 그리고 설사 지하일망정 너는 아버지의 건물 지하를 사용하니 임대료는 안 낼 거 아니야? 그것만 해도 복 받은 거 아니야?”라는 말을 덧붙였을 뿐이다.

 

최근 나는 예술가들이 창작이나 공연의 주체가 되기보다는 기획이나 지원에 매진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무척 안타깝다. 언제부터 예술가들이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에 지금처럼 목을 맸던가 하는 자괴감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자괴감은 아마도 장르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공감과 소통의 난맥일지도 모른다. 예술 장르 중 문학은 적어도 돈이 가장 적게 드는 예술이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이나 공적 자금에 대한 갈망이 타 장르에 비해 적기 때문이라는…… 물론 탐욕스런 예술가들이야 장르를 막론하고 횡행하는 것이지만……

 

(특히 목) 상태가 좋지 않다. 감기몸살이 완전히 낫지 않은 상태에서 술을 마셨기 때문일까. 이 느낌, 이 익숙한 불쾌함…… 이번 한 주는 할 일이 산더민데 걱정이다. 갈매기에 있다며 잠깐 들르라는 윤미경의 전화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집에 온 건 그나마 잘한 일이다. 하긴 컨디션이 안 좋아 불가피하게 귀가한 것이겠지만……. 더 이상 2~30대의 몸이 아니잖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