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낭독극 "우연한 빵집"

달빛사랑 2019. 6. 27. 23:44



후배 이은선(배우, 연출가)이 연출한 낭독 극을 관람했다. 본래 가지고 있던 연습공간을 낭독전용극장으로 리모델링한 후 처음으로 진행하는 공연이었다. 텍스트는 지난 해 발간된 청소년 소설 우연한 빵집. 세월 호로 희생된 여고생과 그녀를 기억하는 남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슬픔을 어떻게 극복해 내고 있는가를 이야기한 작품이다. 수년 전에 일어난 비극이지만 세월 호의 슬픔은 극복되지 않은 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이 작품은 출발한다. 다시 말해서, 극복이 요원해 보이는 이 국민적 트라우마가 어떤 방식으로 남은 이들의 삶에 깊숙이 침투하여 그들의 일상을 흐트러뜨리고 있는가를 섬세한 감성으로 천착함과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사람들이 그 슬픔을 극복하고 건강한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확보해야 하는가를 진지하게 질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이은선이 전용극장 개관 후 첫 작품으로 이 소설을 선택한 것이 나는 고맙다. 기억을 위한 레퀴엠이라고나 할까. 기억함으로써 구천을 떠도는 원혼들을 신원(伸冤)해 주고 비로소 그들을 하늘에 들게 하는 레퀴엠. 낭독이 무척이나 매력적인 예술행위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