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짧은 여행의 기록①
달빛사랑
2019. 6. 22. 23:30
문학회 선배인 문준호, 이성겸 두 분 형들과 후배인 나희덕(시인), 조명주(시나리오 작가) 등과 함께 전북 진안에 내려왔어요. 이곳에는 도시의 번잡이 싫어 깔끔하고 아담한 집을 지어 놓고 막걸리와 더불어 귀촌생활을 하고 있는 이학균 형이 있지요. 연세문학회 선후배들 중 희덕이는 한국작가회의 총회나 행사장에서 간간히 만나왔고 준호 형은 기형도 선배 기일마다 만나는 편이며 명주의 경우, 재작년 백마에서 오비 멤버들 모임 있을 때 만난 적이 있지만 이학균 형은 졸업하고 처음이니 어언 30여 년 만에 만난 것입니다. 머리는 비록 하얗게 세었지만 얼굴과 체격은 그대로더군요. 희한한 것은 그토록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바로 어제 만난 사람 같은 느낌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도대체 이 느낌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성겸 형은 최고령자답게 제일 먼저 곯아떨어졌고, 내일 일행보다 일찍 올라가야 하는 희덕이도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신도림에서 나와 명주를 픽업한 후 서너 시간 동안 운전을 한 준호 형은 여전히 강직하면서도 재밌고, 배려심이 많습니다. 꾸벅꾸벅 졸면서도 마지막까지 남아 있다가 조금 전 명주와, 농촌생활을 하면서 9시 반이면 잠자리에 드는 것이 버릇이 된 학균 형과 함께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모두들 참 아름다운 사람들입니다. 나는 거실에 있는 학균 형의 책상 앞에 앉아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한 빗소리가 제법 장하게 들리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