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김 사장과의 오랜 인연, 그리고 비

달빛사랑 2019. 6. 18. 23:30

인천일보사의 새로운 대표이사 김영환 씨가 인사차 민예총을 방문했다. 언론기관 대표가 진보문예단체인 민예총을 방문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테지만, 그 의도와 무관하게 방문을 결심한 김 사장이 나로서는 무척 반가웠다. 나와 김 사장은 특별한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는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오래 전, 그가 한겨레신문 인천지사에서 기자로 근무할 때, 나는 결혼한 지 보름 만에 수배가 되고 아내는 안기부로 연행되는 사건이 있었다. 사노맹 사건이 터지고 공안정국이 펼쳐져 대부분의 언론이 반동적 관점에서 조직사건과 공안사건을 다룰 때였지만 그는 내 사건과 관련한 장문의 기사를 게재해 주었다. 물론 기사의 논조는 당시 안기부의 불법 연행과 정부의 노동운동 탄압을 비판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나에게는 무척 인상깊었고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그의 이름을 기억하게 만든 계기였다.

 

대체로 회사 운영을 위한 자본을 어떤 루트를 통해 많이 확보하느냐에 따라 그 능력이 평가되는 지역신문 사장으로서 그가 앞으로 얼마나 정론직필을 실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오래 전의 그 강강함과 기자로서의 신념이 남아 있다면 적어도 종이 사장이나 영업 사장 그 이상의 역할은 해주리라 믿는다. 또한 밑바닥 기자 생활부터 시작해 오늘에 이른 그는 일선 기자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인천일보는 물론 김 사장의 역할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다.

 

저녁이 되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돌아오는 길목에 갈매기가 있었고

약속하지 않아도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막걸리를 마시다 소주를 마셨다.

돌아오는 길, 가방 속에 우산이 있었지만 쓰지 않았다.

집 앞의 고양이 똥들은 빗물에 모두 쓸려 내려갔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