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도 가끔 있긴 하지만....
갈매기 월요멤버를 보러 갔지만 정작 조구 형도 혁재도 못 보고 객(客)들만 잔뜩 만나고 돌아왔다. 월요일 저녁만 되면 고약한 습관을 의리와 의무로 윤색하면서 주점 갈매기에 들른다. 해야 할 일을 책상 앞에 늘어놓고 홀린 사람처럼 집을 나서는 것이다. 아마도 내 스스로의 의지가 아니라 외부의 자극에 의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일 것이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 풀리지 않는 마음의 앙금들을 좋은 사람들과 술 마시며 털어버리고 싶은 그런 것. 사실 멤버들이 아니라면 사람 구경하면서 조용히 혼자 술 마시다 돌아오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주점 갈매기는 나만의 단골집이 아니다 보니 분위기 잡고 술 마실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 일쑤다. 그나마 말이 통하는 사람과 합석하게 되면 다행이지만 가끔 짜증만 증폭시키는 누군가가 허락도 없이 내 앞에 앉아 술잔을 내민다.
오늘은 다행히 그런 민폐덩어리를 만나지 않았다. 귀현 형을 만났고 광석이를 만났으면 내 시를 자신의 블로그에 포스팅 할 정도로 애정하고 있다는 후배를 한 명 만났다. 귀현 형은 연락하지 않아도 월요일이면 내가 ‘흐린 주점’ 갈매기에 앉아 술 마시고 있을 걸 알고 찾아왔다고 했고, 광석이는 귀현 형이 연락을 한 것이고, 후배는 광석이와 부평의제에서 만나 술 마시다 함께 왔다고 했다. 그렇다면 오늘의 만남은 도대체 누가 애초의 계기였단 말인가. 갈매기가 강호의 고수들이 들락거리는 객잔도 아닐진대 이렇듯 얽히고설킨 술꾼들의 만남이라니, 사장님은 좋겠다. 아무튼 선배가 한 명 술자리에 있으니 술값 걱정은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지만.... 서주원 선배와 우수홍 선배, 경인일보 기자들과 명창 김경아, 인천인의 김영빈 기자까지 참 많은 사람을 만났다. 다만 그들은 왜 내 몫의 술을 다 마시고 일어날 때쯤 들어와 새판을 열곤 하는 것인지, 힘들어 죽겠다. 오늘도 귀현 형이 집 앞까지 택시로 데려다 주었다.
갈매기 화장실 앞에 피어있는 펜타스(펜타스 란세올라타). 꽃말은 '기쁨이 넘치다'이고, 별꽃이라 불리기도 한다. 막걸릿집 화장실이라는 다소 로맨틱하지 않은 (아니 그 어느 곳보다 분위기 있는) 곳에 피어 있지만, 부디 흡연족들의 담배꽁초 공격을 이겨내고 오래도록 이곳에서 환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