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6월항쟁 32주년 기념식을 다녀오다

달빛사랑 2019. 6. 8. 22:00

바다가 가까운, 행사장 계단을 내려오며 면도하다 턱을 베이듯 그렇게 문득 숨은 노을을 마음으로 봤습니다. 잠시 마음이 널을 뛰며 고비를 맞기도 했지만 결정적 순간까지 가지는 않았습니다. 명민한 일행들이 옆에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저무는 도시의 묵시적 풍경은 늘 나를 깊어지게 합니다. 괜한 엄살과 견딜 수 없는 아픔과 갑자기 찾아든 설렘과 이유 있는 분노와 이유 없는 한숨과 낯선 만남과 낯익은 헤어짐과 수줍은 기쁨과 뻔뻔한 슬픔과 사랑할 수 없던 사랑과 사랑해야 했던 미움들, 그 모든 것들의 정서적 버무려짐 속에서 여름의 초입을 통과합니다.

 

오늘은 6월 항쟁 32주년, 낯선 공간(중구문화회관)에서 기념식을 마치고 약간은 먹먹해진 가슴으로 거리로 나서자 오래 전 거리에서 하염없던 싸움의 기억들이 일시에 몰려들어 가슴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물처럼 흘러버린 시간 속에서 나와 동료들은 자주 위태로웠습니다. 치사하게도 나는 아직 이곳에 안전하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