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 앞에 다시 서다
어제 마트에 들렀을 때, 과일 매대 위의 수박을 한참 바라만 보다가 그냥 나왔다. 조금 더 기다리면 값이 좀 떨어지려나. 만 원대 수박은 부담스럽다. 주인집 옥상에는 상추화수분이 있는 게 분명하다. 이틀에 한 번 꼴로 한 소쿠리씩 상추를 솎아서 가져다주는데 고마움을 넘어서 이제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엊그제 가져다 준 상추가 아직도 냉장고에 그득하다. 그러다 보니 천벌 받을 생각이지만 주인의 배려가 혹시 처치곤란한 채소를 일정하게 처리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의심이 들 지경이다.
불면증이 다시 나를 찾아왔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좀처럼 잠을 잘 수 없다. 하지만 굳이 잠에 대한 강박을 갖지 않으려고 한다. 토막토막 나눠 자거나 ‘고정된 일자리도 없는 사람이니 다음 날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낮잠으로 부족한 잠을 벌충하며 되지 뭐.’하고 생각하기로 한 것이다. 건강상에는 분명 문제가 있겠지만 강박을 갖게 되면 육체는 물론 정신 건강에도 안 좋을 것 같아서다.
우리집을 중심으로 늘 가던 마트와 같은 거리에 위치한 새로운 마트를 알게 되었다. 물건 값은 비슷한데(어떤 것은 이곳이 비싸고 어떤 것은 저곳이 비싸다), 새로 알게 된 마트가 품목이 많고 장보기가 수월했다. 다만 이곳은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를 두 개나 건너야 한다. 목하 고민이다. 날 좋고 상쾌한 날은 북쪽 마트를 찾고 날이 궂거나 공기가 안 좋은 날에는 남쪽 마트를 찾아야겠다. 사실 이런 걸 갖고 고민하고 있으니 불면증이 찾아오는 거겠지.
오늘도 꼬박 셌다. 다행스럽게도 지금 약간 졸리다. 새벽(아침) 공기조차 더럽다는 어플리케이션의 경고다.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