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삶은 계란이야"에 대한 잡생각

달빛사랑 2019. 5. 20. 23:30

오늘 술자리에서 선배 하나가 우스갯소리로 삶은 계란이야라고 말을 했다. 취기가 돌수록 길어지는 시답잖은 이야기를 멈춰 볼 심산이었을 것이다. 그때 나는 식어버린 홍어튀김을 숟가락으로 뒤적이며 문득 그 표현이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계란은 삶는 시간에 따라 완숙도 되고 반숙도 된다. 완숙과 반숙은 대체로 시간에 좌우되긴 하나 가끔은 계란 자체의 크기나 신선도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똑같은 시간 동안 삶아도 어떤 것은 완숙이 되고 어떤 것은 반숙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우리네 삶도 그렇지 않은가. 계란이 '끓는 물 속'이라는 시련의 상황을 만나듯 우리도 살면서 다종다양한 시련의 상황을 만나게 되는데, 같은 종류의 시련이라 하더라도 그것에 대한 응전을 어떻게 해내느냐에 따라서 더욱 성숙해지기도 하고 망가지기도 하니 말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시련이 자신의 삶을 한층 고양시킬 수 있는 반전의 계기가 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더욱 삶을 망가뜨리는 나쁜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성숙한 인간과 미숙한 인간의 차이는 각각이 처한 상황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상황에 대한 대응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성숙한 인간들이 대체로 고통과 시련에 의연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굳이 증명을 필요로 하는 사안은 아닐 것이다. 그러니 삶은 계란이야라고 말한 선배의 말은 꽤나 의미심장한 비유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물론 그 선배가 애초부터 이러한 비유적 의미를 염두에 두고 의도적으로 그 표현을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