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값에 담긴 마음의 선순환
의리의 귀현 형이 주점 갈매기에 다시 또 내 술값을 쟁여놓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얼마 전 타의에 의해 하던 일을 그만두게 되어서 형편이 어려워졌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렇듯 후배의 술값만은 꼬박꼬박 챙기니 송구한 마음이 크다. 하지만 귀현 형이 적립해 둔 술값으로 나는 내 후배들에게 술을 사니 형의 아름다운 마음은 선순환 중이라 할 수 있다. 조구 형, 귀현 형, 주원 형, 영근 형, 모두 고마운 선배들이다. 솔직히 형들을 술집에서 만나면 반가운 마음 한 편에 술값에 대해 안심하는 마음이 염치없게도 슬며시 일어난다. 내 후배들이 술집에서 나를 만나면 과연 그런 마음을 가질까. 후배의 술값을 계산해 주는 마음은 결코 자기과시가 아니다. 앞서 언급한 선배들은 경제력을 자랑하며 자기 과시로 술값을 호기 있게 계산하고 다닐 만큼 넉넉한 분들이 아니다. 정작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모 선배의 경우 여러 차례 만나도 선배의 술값이든 후배의 술값이든 계산해 주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 양반이 술값을 호기 있게 계산하는 경우는 마음에 드는 여성이 술자리에 있을 때뿐이다. 앞서 말한 선배들은 그야말로 마음을 주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물론 그렇다고 늘 선배들의 그 ‘마음’을 내심 바라며 살겠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나도 내일 모레 60인데 빈대 마인드를 가지고 살 수야 없지 않겠는가. 다만 선배들의 마음과 그 안에 담긴 배려와 사랑을 접하게 될 때 늘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는 것일뿐. 나도 후배들에게 그런 선배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