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전히 바다 위를 떠도는 아이들의 울음소리

달빛사랑 2019. 4. 15. 22:30

4월 그날이 다시 오면서 가슴이 먹먹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먹먹함은 5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조금씩 무뎌져왔다. 산 자들은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해 차려진 제사상 앞에서 가끔 눈물을 뿌리고 복수를 다짐하며 진혼가를 부르거나 해원의 춤을 추었다. 아이들을 삼킨 진도 앞바다의 물결은 여전히 거칠고 하늘에 들지 못한 억울한 원혼들은 시치미 떼는 능청스런 바다 위를 애달프게 떠돌고 있겠지. “어머니, 아버지, 선생님! 저 여기 있어요. 저는 이렇듯 당신들이 보이는데 왜 당신들은 나를 찾지 못하는 것인가요.” 울부짖으며, 하소연하며, 바람으로, 빗물로, 집요한 눈발로 흐르고 떠다니고 잠수했다가 다시 하늘로 솟구치고…… 친구야, 우리 죽은 거 맞아? 도대체 내 몸은 어디에 있는 거지? 우리는 왜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거지?” 달이 뜨는 밤이면 달을 향하여 달이 없는 밤이면 별을 향하여 질문하고 눈물짓고 한숨 쉬다가 다시 제 몸을 만져보고 통곡을 하며 모질고 독한 시간을 견디고 있는 어린 영혼들, 가엾어라. 한날한시에 자식을 잃은 수백 명의 어머니들은 새카맣게 타버린 심장을 차마 버리지 못한 채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시간을 견디고 있는데 가해자들은, 저 파렴치한 살인자들은, 지금도 억울한 죽음을 조롱하면서 거짓과 위선, 탐욕과 배신의 여리고 성 안에서 오늘도 무탈하게 잘만 살고 있구나. 5년 전 4, 국민을 위한 국가는 없었다. 지도자도 없었다. 아니다. 악마 같은 지도자와 그의 주구들이 있었다. 그들이 아이들을 죽였다. 부모의 기대를 배신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죽음들은 너무도 한이 깊어 하늘에 들지 못하고 중음신이 되었다. 꽃이 피고 새가 운들, 바람은 청명하고 달빛이 아름다운 봄날이라 한들, 그것이 무어가 아름다울 것인가. 씻지 못한 원한이 저리도 깊은데, 아직도 살인은 진행 중인데…… 속절없이 아이들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무기력한 어른들은 모두 공동정범들이다. 비루한 세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