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신포동 민주점에서 대취하다
달빛사랑
2019. 3. 10. 23:30
흐리고 바람 불어 누군가가 그리운 날, 새삼스레 O에게 연락을 했다. O는 지난밤부터 오늘 새벽까지 후배 S와 모질게 술을 마시고 여관에서 잠을 잤던 것 같은데, 피곤할 텐데도 불구하고 나와의 술 약속을 마다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신포동 주점 민에서 후배들과 더불어 낮술을 마셨다. 클래스가 다른 통음의 시간이 계속되었다. 또 다른 자리에서 낮술을 마시다 2차로 들른 동네 어르신들의 술주정도 받아주고 일요일 오후인데도 민에 들른 후배들의 너스레도 받아주다 보니 제법 취했다. O가 잡아준 택시를 타고 돌아오며 취기를 다소 털어내고 아직 취침 전인 어머니를 위해 2층 계단 앞에서 한 차례 더 심호흡을 했다. 마치 취하지 않은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들어가며 “왜 아직도 안 주무셨어요?” 물어주기 위해서……. 알면서도 늘 속아주는 어머니는 내가 취해서 들어올 것을 이미 예견하시고 책상 위 작은 등과 전기장판을 켜놓으셨다. 방안에 들어서니 말할 수 없는 포근함이 기분 좋게 내 몸을 이완시켜주었다. 주량이 많이 줄었다. 다행인지 슬픈 건지 오늘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전보다 체력이 많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오늘 O의 노래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는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