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사랑은 힘들어
달빛사랑
2019. 2. 7. 21:00
애초부터 그럴 생각은 없었다. 후배를 만나서 술을 마시고 제물포 지인의 술집으로 2차를 간 것은 순전히 즉흥적인 선택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장과 임에게 나는 무언가를 확인시키고 싶었던 게 분명하다. 치졸하지만 한편으론 절박한 모종의 의도가 깃든 행동이었다. 이를테면 합의된 것이 아무 것도 없는 후배와 나 사이를 뭔가 연애 가능성이 있는 로맨틱한 관계로 봐줬으면 하는 의도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 오전 장으로부터 연락이 왔고 그는 내 의도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마치 관계가 들통 난 초보애인처럼 가슴이 뛰었고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장의 이야기에 몇 가지 살을 더 붙여 ‘너의 판단은 정확해’라는 쐐기를 박아주었다. ‘계속 그렇게 오해해 주길 바라’라는 심정으로. 그런데 전화를 끊고 나니 한편으로 허전했다. 선화공주를 아내로 삼기 위해 서라벌 일대에 헛소문을 퍼뜨리던 서동도 저잣거리에서 돌아와 숙소에 불을 켜며 이런 마음을 먹었을까. 사랑은 힘들다. 게다가 많은 것을 잃고 난 후 새삼 시작하려는 사랑은 더욱 힘들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