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하고 고마운 삶
어머니의 과도한 관심과 애정이 부담스러워 질 때가 있다. 나이 쉰 중반을 넘어서도 어머니의 눈치를 봐야 하는 일이 문득 귀찮고, 담배 한 대도 자유롭게 피울 수가 없나 하는 자괴감이 들 때가 그런 때이다. 물론 어머니는 내게 직접적으로 눈치를 주거나 무언가를 강요하는 일이 없다. 다만 내 쪽에서 그렇게 느끼는 것일 뿐이다. 내 딴에는 어머니의 심기를 편하게 해줘야겠다는 자식으로서의 의무감 혹은 걱정 때문이겠지만 어쨌든 나는 지금도 어머니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욱하는 마음이 치밀어 오르면 마음은 그게 아닌데 위악적으로 행동할 때가 종종 있다. 기어코 어머니의 노탐(老貪)을 지적해서 심약한 마음에 상처를 내고자 하는 못된 심보다. 사춘기 소년도 아닌데 왜 그런 호승심이 발동하는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어머니 입장에서는 얼마나 서운하고 황당하셨을까. 그분의 낙이 무엇이 있겠는가. 매일 거실에 홀로 앉아 텔레비전만 보고 계신 그 분의 허허로운 마음은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그런 패륜적인 행동은 결코 할 수 없었을 텐데 늘 후회하면서도 쉽사리 고치질 못한다. 나도 어느 순간 꼰대가 되어 버린 것일까.
오랜만에 갈매기에 들렀다. 두 병쯤 마시고 귀가하려 할 때쯤, 우재 형과 귀현 형이 2차로 들러 내 술값까지 계산해 주셨다. 귀현 형은 내 술값으로 10만 원을 미리 결제해주기도 하셨다. 형도 요즘 하고 있는 일이나 향후 거취와 관련해서 고민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고마우면서도 마음이 짠했다. 늘 나를 볼 때마다 시인 예찬론을 펼치며 좋은 시를 써달라는 당부를 하시곤 하는 로맨티스트. 그나저나 우재 형은 여전히 술에 취하면 인사불성이 된다. 건강이 다소 걱정이 된다. 고마운 분들이 많다. 세상에 진 빚들이 예사롭지 않다. 살면서 갚겠다는 뻔한 약속은 하지 않겠다. 다만 좋은 시를 쓰도록 노력은 할 것이고 그 노력과 결과로써 보답하고 싶다. 그런데 자꾸 머리가 멍해지고 기억력은 쇠퇴하고....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