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아무 것도 하기 싫은 일요일 오후
달빛사랑
2018. 11. 11. 21:30
이제는 즉흥적으로 술집을 찾지 않기로 했다. 요 며칠 불면에 시달리며 내린 결론이다. 초대받지 않은 자리에서 웃음을 파는 일도 이제는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 애정의 온도는 사람마다 다른 법이다. 나는 늘 내 입장에서만 그 온도를 가늠했다. 그것은 나에게도 상대방에게도 곤혹스러운 일일 것이다.
동양목재와 구일목재를 꾸려운 이병구 회장의 자서전을 쓰고 있다. 85세 노익장에 새삼 기가 죽는다. 하늘은 절대 공평하게 사람을 내는 법이 아닌 듯하다. 자수성가형 기업가라고는 하지만 그가 겪은 삶의 신산함은 그 연령대의 평균치보다 심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세상의 풍파 앞에서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그것을 돌파하려 했던 노 기업인의 불굴의 정신만은 인정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루에 A4용지 30장을 써내야 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책 한 권을 만들 때까지 체력을 잃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하겠다. 가을은 깊어가고 마음은 자꾸만 스산해지는데, 자기를 온전히 감당하지 못하는 몸을 떠나 자꾸만 자유로워지려는 생각을 단도리하는 것도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겠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시인의 자존이다. 자구만 까라지는 몸은 그렇다하더라도 정신만은 올곧게 지킬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