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를 찾다
너무도 청명한 가을 햇살에 뽀송뽀송하게 마른 빨래를 걷어 개키고 있을 때 ‘개코막걸리’ 사장인 후배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렇잖아도 무료하게 주말 오후를 보내고 있던 나는 어머니께 양해를 구하고 배다리를 찾았다. 후배는 술집 뒤뜰 파라솔 아래에서 혼자 전어를 석쇠에 올려놓고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장사 안 하냐는 내 말에 “명절 준비해야지 무슨 장사야. 그리고 이런 게 자영업자의 좋은 점 아니겠어요? 내가 하고 싶은 때 하고 쉬고 싶을 쉬는 게.”라고 대답했다. 들어보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본디 누군가로부터 간섭받는 것을 무척 싫어하고 성격도 다혈질인 후배에게 괜한 질문을 던진 꼴이 되었다. 서너 시간 우려내고 있다는 소고기 미역국과 전어를 안주로 막걸리를 마시고 있을 때 시 쓰는 후배 조혜영이 강원도 전통음식인 밀전병을 싸들고 와 합류했다. 그리고 얼마 후 다시 배다리 주변에서 문화 활동을 하고 있다는 세 명의 후배가 합류해서 술자리는 갑자기 시끌벅적해졌다. 그 중 한 명은 잘 알고 있었지만 나머지 두 명은 초면이었다. 초면인 두 사람 중 한 명은 카페를 운영 중이고 다른 한 명은 사진작가라고 했다. 나는 명절 연휴에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않고 밖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란 대체로 가족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거나 초기 알코올중독자거나 무척 외로운 사람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나는 세 가지 모두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오늘 만난 사람들도 그런 사람들이었을까. 날이 흐려서 달은 보이지 않았다. 비가 올 것 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