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일거리(교정)를 받아오다
달빛사랑
2018. 9. 11. 22:30
느지막이 일어나 멍하니 창가에 앉아 있다가 한숨 더 잘까 할 때 윤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오늘 오전에 들러 교정을 봐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피차 어제 과음을 한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내일 가마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사실 내일도 학산에서 풍물위원회 행사가 있어서 시간 내기가 녹록하지 않을 듯싶어 그냥 가겠다고 전화를 했다. 점심 때쯤 도착했기 때문에 점심을 함께 먹고 교정원고들을 받아서 함께 나왔다. 원고들이 무척 두툼했다. 눈대중으로 봐도 꼼꼼하게 교정을 보려면 이삼일이 꼬박 걸릴 만큼의 양이었다. 다행히 초고가 아니고 신문에 게재되었던 글들이라서 신문사 차원의 1차 교정이 이루어져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 볼 문장이 너무 많았다. 띄어쓰기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호응이 이루어지지 않은 문장들도 적지 않았다. 지역신문이라서 폄훼하는 게 아니라 인천의 신문들은 종이신문이나 인터넷신문이나 교정 교열에 너무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다. 암튼 작업이 길어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내일이 내 생일이었나? 어머님께서 좀 전에 “소고기 사다 놓은 거 남았냐? 내일이 네 생일인데 미역국이라도 끓여주려고.” 하시며 빙그레 웃으셨다. 그랬구나. 내 생일이었구나. 언제부턴가 생일도 모르게 넘어가곤 했는데, 나도 제법 나이를 먹었구나. 낼모레면 육십이다. 덧없이 세월만 많이 축낸 게 아닌가 하는 자괴가 문득 이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