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코네 막걸리에 들르다
재단에서 진행하는 모종의 사업 심사 건으로 아트플랫폼에 들렀다가 지나는 길에 배다리 ‘개코막걸리’에 들렀다. 어젯밤 새벽까지 잠을 못 자서 무척 피곤했지만 말 그대로 지나는 길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극도의 피곤함을 막걸리 한 잔이 풀어줄 거라는 믿음 때문에 결국 나는 문화재단에서 버스에 올라 대여섯 번 망설이다가 두어 정거장 후인 배다리에서 하차를 했던 것이다. 오늘은 사장인 균이가 문화예술 교육을 가야 하는 날이라서 吳가 대신 가게를 맡아서 하는 날이다. 가게에 들렀을 때 균이는 아직 교육가기 전이었고 오가 주방과 홀을 오가며 저녁 장사를 준비 중이었다. 이전에 비해서 균이의 표정이 무척 밝은 것을 보니 제법 장사가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이었다. 하긴 무슨 장사를 하든 6개월은 지나 봐야 판단을 할 수 있을 테니, 이제 겨우 두어 달 된 지금 성급한 낙관도 비관도 시기상조일 것이다. 생활력이 강하고 요령도 있고 추진력도 있고 게다가 요리솜씨가 뛰어나니 몇 달만 잘 견뎌내면 분명 가게는 안정될 거라 믿는다. 다만 술집의 지정학적 위치상 유동인구도 한정되어 있고 술집 규모도 작기 때문에 많은 돈을 벌 수는 없을 것이다. 월세를 내고 생활비 정도를 벌어가는 것에 만족한다면 ‘개코막걸리’는 결코 절망적인 공간이 아니다. 하긴 내가 지금 남 걱정할 때가 아니지만…….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가을로 정주행 중이다. 한낮은 여전히 덥지만 두어 달 만에 만난 산뜻한 바람과 기분 좋은 공기는 그 모든 것을 보상해주고도 남는다. 오늘은 잠자리에 들면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깊은 잠에 빠질 것 같다. 하루가 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