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손병걸 시인 인문학 강좌 참석
오랜만에 자형 내외와 작은 누나, 엄마와 더불어 점심을 먹었다. 예전에는 식구들끼리 자주 외식을 하곤 했는데, 맏이인 내가 주동하질 않으니 가까이 살면서도 함께 식사하는 일도 무척이나 드물다. 명절이나 어버이날, 그리고 어머님 생신 때나 식구들이 모이는데, 어느 땐가부터 그것도 무척 잦다는 느낌이 든다. 점점 혼자 지내는 시간이 편하고 좋아지니 걱정이다. 사실 일만 없으면 한 일 년이라도 나는 집 밖에 나가지 않고 홀로 지낼 수 있다. 이건 결코 장점이 아니라 문제일 텐데, 문제가 문제로 느껴지지 않고 자연스러워지니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오늘 함께 먹은 갈비탕은 꽤 맛이 괜찮았다.
오후에는 작가회의 후배 손병걸 시인의 도서관 행사에 참석했다. 일요일 오후 3시에 진행하는 행사에, 그것도 외진 율목도서관에 몇 사람이나 올까 걱정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행사장에는 작가회의 회원 포함 10여 명 정도의 청중만이 앉아 있었다. 도서관에서는 자체 동원을 하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도 입담 좋은 손 시인은 간간이 노래도 부르고 자신의 시 세계 그리고 시각장애를 갖게 된 계기들을 재밌게 풀어놓았다. 끝나고 나서 오랜만에 만난 이권 시인, 조혜영 시인, 이상실 작가, 김명남 시인과 더불어 배다리 ‘개코네 막걸리’로 뒤풀이를 갔다. 사장인 병균이는 혼자 앉아서 나물을 다듬고 있었다. 혜영이와 함께 기타(guitar) 모임(‘반격’)을 하는 지인 내외가 함께했는데 부부가 둘 다 흥이 있어서 술판의 분위기가 무척이나 고조됐다. 오랜만에 기타 반주에 맞춰서 저마다의 애창곡을 원 없이 불렀다. 일요일 오후 손님 없는 쓸쓸한 병균이네 술집은 대학생들 엠티 장소처럼 갑자기 흥성스러워졌다. 나도 간만에 ‘봄날은 간다’와 ‘보고싶은 여인아’를 불렀다. 돌아오는 길, 병걸이가 장애인 콜택시로 주안역까지 데려다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