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명수의 애완견 '해피'를 만나다

달빛사랑 2018. 7. 30. 23:30



요즘은 거리를 걸을 때 그늘만 찾아 걸어 다닌다. 폭염은 나를 선량한 사람으로 만든 셈이다. 평생을 양지와는 무관하게 살아 온 나로서는 그늘의 삶이 무척 자연스러운 게 사실이다. 물론 지금 내가 찾는 그늘은 신체가 욕망하는 그늘로써 범인의 삶에 있어 양지와 같은 맥락이지만, 외형적으로는 어쨌든 그늘만 찾아 들고 있으니 이것은 마치 내 평생에 대한 은유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시장을 보고 난 후 너무 덥고 무료해서 오랜만에 주점 갈매기를 찾았다. 늘 그랬던 것처럼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갈매기는 무척 붐볐다. 연휴 기간 동안 마시지 못한 술에 대한 아쉬움을 한풀이 하듯 풀고들 있는 것 같았다. 늘 가는 자리에 앉아서 손님들을 구경하고 있을 때 혁재와 병걸, 그리고 명수가 들어왔다. 갈매기다웠다. 연락하지 않아도 이곳을 찾으면 항상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 휴가를 맞은 명수가 병걸이네 집에서 하룻밤을 지낸 모양이다.

 

그런데 명수는 반려견 한 마리와 함께 왔는데 이름이 해피인 포메라이언 견종이었다. 얼마나 영리하고 귀엽던지 해피의 재롱을 보느라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 순간 문득 술을 좋아하는 명수가 해피를 제대로 키울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개들도 외로움을 타고 우울증에도 걸리며 주인에 대한 불만을 특이한 행동으로 표출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것을 의식해서일까 명수는 이전보다는 음주 횟수가 현저하게 줄었고, 불가피하게 술을 마셔야 할 경우 지인에게 부탁하거나 오늘처럼 데리고 나오는 것이다. 새로운 생명이 삶의 공간 안으로 들어오면 그 공간 안의 모든 것, 사람은 물론 배경과 사물까지 새롭게 변화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모쪼록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일상에서 얻은 상처들을 서로 치유해주는 삶의 동반으로 주욱 행복하길 바란다.

 

그나저나 이 화탕지옥 같은 폭염은 언제라야 잦아들까. 너무도 혹독하다. 전기세도 걱정이다. 어쩌겠는가. 에어컨을 켜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는데. 엄마는 안 덥다시며 선풍기를 늘 내게 양보하지만 의자에 앉아 계신 어머니의 콧잔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는 걸 보면 엄마도 더우신 게 분명하다. 그러니 에어컨을 켜지 않을 수 있겠는가. 빨리 이 여름이 지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