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비 내리다
가지나물을 해봤습니다. 생각보다 첫 시도치고는 맛이 그럴 듯했습니다. 어머니나 나나 이가 그리 좋지 않아서 딱딱한 음식을 제대로 씹지 못합니다. 그래서 김치를 비롯한 모든 반찬을 어머니 씹기 편한 물렁한 것으로 만들어 먹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소고기를 넣고 무국을 끓어놓았습니다. 그때 막 밥솥에서 김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새벽에 일어나 밥을 안치고 들어가셨던 모양입니다. 참으로 부지런한 분이십니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오셨기 때문에 몸에 배어 있는 부지런함이지요.
오전부터 비는 내렸습니다. 그리 많은 비는 아니지만 멈추지 않고 지금까지 내리고 있습니다. 올 봄과 초여름에는 정말 비가 많이 내리는군요. 주점 갈매기 종우 형님은 매상이 올라 좋아하실 게 분명합니다. 비 내리는 날에는 술손님이 맑은 날보다 많다고 합니다. 사람들의 마음은 다 비슷한 가 봐요. 날이 흐리고 비가 내리면 괜스레 마음이 센티해지고 흐린 주점에 앉아 술 한 잔 기울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생기곤 하나 봐요. 오늘은 술집엘 가지 않았지만, 나 역시 비가 내리는 날이면 자주 술집엘 갑니다. 비는 술꾼들의 다정한 친구인 거지요.
비가 내리니 집 안이 습해져서 방바닥과 책상에 팔뚝이나 손목의 살이 쩍쩍 달라붙어 불쾌한 느낌을 주는군요. 그래도 창문을 열어 놓으니 시원한 바람이 들어와 좋습니다. 갑작스레 일감들이 쏟아져 들어와 한 편으로 좋고 한 편으로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뭐 부딪쳐 보는 거지요. 각종 회의와 제주도 여행, 그리고 문학회 엠티와 출판기념회 등등 이번 주부터 6월 둘째 주까지 정말 정신없는 일정을 보내게 될 거 같습니다. 하지만 일이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겠지요. 고맙게 생각하며 치열하게 하루하루 살아볼 생각입니다. 비는 지금도 추적추적 내리고 있습니다. 술꾼들의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꽤 분위기 있는 비 내리는 초여름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