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신포동에서 구월동까지

달빛사랑 2018. 3. 20. 02:00

머리가 아프다. 뭔가 내가 알지 못하는 벌레들이 내 머리 한 구석을 조금씩 조금씩 갉아먹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두통은 시간이 지나면서 완화되긴 하지만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이 불쾌한 기분이 마뜩찮다.(오전)

 

비는 하루 종일 추적추적 내렸다. 간간이 눈발이 섞여 내리기도 했는데 그것은 봄 속에 남아 있던 겨울의 마지막 몽니였을 것이다. 떠난다는 것, 잊힌다는 것이 서러웠던 것일까. 온전한 저만의 시간, 저만의 모습을 유지하지도 못한 채 눈발은 빗물에 섞여 눈물처럼 흘렀다. 그 속에서 떠나지 못한 채 이곳을 서성이던 겨울의 초라한 얼굴을 보았다.(점심나절)

 

신포동에서 후배들을 보았다. 30여 년 간 재즈바 버텀라인을 운영해 온 정선이와 사진작가 서은미 선생을 만나 민예총 잡지인 인천문화현장을 전해주고 저녁에는 동인천으로 이사한 근직이를 불러내 신포주점을 찾았다. 마침 공사 중이라서 근처 정 식당으로 가 막걸리를 마셨다. 마음결이 고운 후배다. 그리고 주점 으로 옮겨가 마 선배를 만났다. 신포동(을 비롯하여 인천)의 문화예술인들이 참새방앗간처럼 드나들던 주점도 이제 문을 닫게 될 모양이다. 마 선배의 건강도 그렇거니와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보고 싶어서 조만간 민을 정리할 생각이라는 말을 했다. 아쉽긴 했지만 나 역시 누나와 비슷한 생각으로 최근 모종의 결심을 한 터여서 수긍할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 배웅해주겠다고 따라나선 근직이와 함께 구월동 갈매기에 들렀다. 손님들로 가득했고 아는 사람들도 많았다. 미경이와 손이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었고, 조구형과 정균이가 다른 테이블에 있었다. 또한 혁재와 정치지망생들이 입구 옆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합석하여 술을 마시다 취기가 오르는 것 같아 먼저 일어섰다.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