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엄마가 돌아오셨다

달빛사랑 2018. 3. 13. 22:30

119구조대 들것에 실려 응급실을 찾은 지 꼭 한 달 만에 어머니가 돌아왔습니다. 물론 입원 당시보다는 많이 좋아지셨지만 그러나 현저히 수척해진 얼굴이 되어 돌아오신 어머니의 모습을 만나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20여 일 간의 병원생활은 노구가 감당하기에 너무도 혹독한 시련과 고통이었을 게 틀림없습니다. 물론 그나마 이렇게라도 다시 보게 된 것은 천운이라 할 수 있지요. 입원 당시에는 정말 극단적인 생각을 했으니까요.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만난 의사들도 노골적으로 겁을 줬던 게 사실이고요. 하지만 어쨌든 어머니는 침상에서 일어나 다시 돌아오셨습니다. 대단한 의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어머님 스스로도 나는 정말 강한 사람인데 어쩌다 그렇게 쓰러졌던 걸까라고 말씀하시더군요. 다만 어머니는 응급실로 실려 갈 당시의 상황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셨습니다. 어머니의 잠재의식이 만들어 낸 이미지들과 섬망 증상에 빠져 있던 며칠 동안 조형된 환상들을 사실처럼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동생 집에서 보낸 열흘간의 정양 기간에는 음식을 거의 드시지 못하셨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다행히 집에 돌아오셔서는 많은 양은 아니지만 몇 차례 식사도 하시고 표정도 밝아지셨습니다. 목소리에도 확실히 기운이 실렸습니다. 아마도 같은 자식이라고 하더라도 아우와 며느리에게 민폐가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크다 보니 동생 내외와의 생활이 다소 불편했나 봅니다. 그들의 배려가 극진하면 할수록 어머니의 미안함은 더욱 커갔겠지요. 당신의 그 깔끔한 성격과 상상을 초월하는 배려를 생각하며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일입니다. 오늘 아침에도 새벽부터 일어나 몸단장 정갈하게 하시고 기거하던 방에 있던 쓰레기통을 비운 후 물로 헹구고 계시더랍니다. 그 모습을 본 동생은 어머니를 형님과 본인이 살던 집으로 빨리 보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답니다. 그래서 오전에 길병원에 들러 진료를 하고 엑스레이를 찍은 후 어머니를 우리 집으로 모셔왔던 것입니다. 참으로 감탄할 수밖에 없는 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찌되었든 빨리 쾌차하셔서 함께 산책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봄이잖아요. 태인 씨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