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한 그리움이 또 다른 그리움을 찾아가는 길-운유당 서신

달빛사랑 2018. 2. 21. 23:04

비는 분명 내릴 것입니다. 예정된 것들은 언제나 일사불란합니다. 될 수도 있는 것과 될 수밖에 없는 것의 빈틈 사이에서 당신의 희망은 혼란스럽습니다. 밤새 당신의 몸속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요. 토막토막 잘린 당신의 잠 속으로부터 뛰쳐나온 꿈들은, 꿈틀꿈틀 바닥을 기어 제 방 창문 앞까지 닿았습니다.

 

이미 식었거나 여전히 뜨거운 그것들을 집어든 채 가만히 밝아오는 아침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그것들은 서서히 물이 되어 흐르거나 모래처럼 부서지며 내 손을 벗어나고, 그때 나는 비로소 당신의 안녕하지 못한 안녕을 확인하곤 합니다. 하지만 오늘 밤에는 당신의 상처 난 꿈들이 내게 오던 길, 그 길을 거슬러 내 꿈들이 당신을 찾아 갑니다.

 

낯선 것들이 던지는 희망만큼 덧없는 것이 있을까요. 익숙한 것들이 보이는 절망만큼 두려운 것이 있을까요. 그러나 낯선 희망과 익숙한 절망은 밤새 서로의 꿈들이 밟고 간 그 길 위에서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것이었다가, ‘아무 것도 아니었으면 좋겠다를 지나서 끝내는 아무 것도 아닐 수밖에 없는 것이 될 것입니다.

 

그리운 그리움이 그리움을 찾아가는 길, 당신의 꿈속으로 이어지는 길, 그 길 끝에서 만나는 익숙한 덧문을 결코 잠가 두지 마세요. 비는 아직 이 길 위에 닿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내 꿈이 당신에게 닿을 때쯤이면 눈물처럼 그리움처럼 그 곳, 그 길도 젖어들겠지요. 그래요. 예정된 것들은 언제나 당당한 법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