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근황(近況)-운유당 서신
달빛사랑
2018. 2. 17. 23:01
내가 심하게 앓고 있는 동안, 커피포트 속에선 자주 짙은 외로움이나 검은 시름들이 제멋대로 들어앉아 끓곤 했지요. 냉동실 안에서는 유통기한을 넘긴 고기들이 면벽수도 중이었습니다만,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그것들은 모두 열반할 거예요. 나는 생각보다 오래 금연(禁煙) 중에 있어요. 기침은 여전히 게릴라처럼 간간히 조직적인 공격을 해오고 있지만 그래도 머리는 제법 맑아진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봄날의 꽃들은 저리도 예쁘고 분주한데, 어째서 꽃만큼 분주한 내가 아는 가장들은 일용할 양식을 기다리는 식구들 앞에서 자꾸만 슬퍼진다고 연락을 해 오는 건지 원. 봄날 속으로 봄날이 흘러흘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