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당신의 꽃밭-운유당 서신
달빛사랑
2018. 2. 10. 22:58
지는 저녁 해를 바라보며 당신과 당신의 꽃밭을 생각합니다. 분주한 오후의 해가 때때로 뜨거운 신발을 벗고 한참을 머물며 그림자 장난을 하던 그 꽃밭에 목마르고 여린 꽃들을 남겨 둔 채 어미꽃 당신은 어디쯤에서 길을 잃고 돌아오지 못하는 것인지요. 두렵고 황망한 꽃들은 스스로 꽃눈을 닫은 채 떨리는 마음으로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그리고 당신의 꽃밭에는 다시 저녁이 찾아들고 있습니다. 기다림을 접을 수 없는 꽃들의 안간힘이 눈물겹습니다. 오늘쯤에는 당신의 꿈속으로 찾아갈 지도 모르겠어요. 언제나 당신의 시간 중 가장 곱고 투명한 시간을 골라내어 앞장세운 후, 여린 꽃들을 만나러 가곤 하던 당신, 아마도 갑자기 불어 닥친 몹쓸 바람을 피해 어디선가 숨을 고르고 있는 중이겠지요. 알아요. 믿어요. 기다리겠습니다. 한결같은 당신의 사랑. 부디 빨리 돌아올 수 있기를 기도할게요. 정말이지 어미 꽃 당신이 없는 꽃밭의 적요는 애인처럼 몰려왔다 손님처럼 물러가는 저 깊은 어둠보다 훨씬 더 깊고 시리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