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나는야 잠의 마왕

달빛사랑 2018. 1. 21. 21:30

하루 종일 잠을 잤다. 도대체 나의 잠은 어디에 숨어 있다가 휴일만 되면 포르르 빠져나와 나를 속수무책 잠자는 도시의 백수로 만들어 버리는 건지 모르겠다. 밥을 먹고 앉아 있으면 잠이 몰려오고 자다가 일어나 또 밥을 먹고 쉬다보면 졸음이 쏟아진다. 일주일 동안 생활하면서 부족했던 잠을 휴일 이틀 동안 벌충하려고 몸이 작심한 모양이다. 잠을 자다가 잠깐 깨어 담배를 피기 위해 옥상에 올랐다. 다리가 휘청했다. 계단을 내려오다 넘어져서 팔꿈치가 까졌다. 난간 아래로 정원 마당이 아찔하게 보였다. 2층으로 올라오는 계단에 서서 담배를 피울 때도 휘청하며 몸이 흔들렸는데,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뭔가 머릿속이 무척이나 황폐해진 것 같기도 하고 몸이 균형을 잃은 것 같기도 하고, 왠지 모를 불안함이 살짝 몰려왔다. 차라리 휴일에는 산을 가거나 사무실에 나와서 글을 쓰든가 해야겠다. 내 몸을 내가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하는 순간이 잦다는 것은 불안한 일이다.

 

우연찮게 화유기라는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게 되었는데, 내용은 황당했지만 뭔가 몰입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1회에 90분씩 하는 드라마를 세 편이나 봤다. 이래서 사람들이 드라마에 빠져드는 모양이다. 도무지 뒤가 궁금해서 시청을 멈출 수가 없으니, 아마도 그것조차 작가와 감독이 의도한 것이겠지만, 책보다 확실히 영상이 감염력이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