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기온이 뚝 떨어졌다

달빛사랑 2017. 10. 27. 21:30

나를 배제한 모종의 모임에서 조직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간 모양이다. 일단 조직의 전반적인 운영과 관련하여 문제제기가 나왔다고 하던데, 들어보니 평소부터 가져왔던 내 생각과 크게 다른 것은 없었다. 다만 그날의 모임은 재단관련 대응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정작 그것과 관련해서는 아무 이야기가 없었고 사무처와 조직의 운영에 대한 이야기만 나왔다는 것이다. 미진한 것이나 문제점들은 논의를 통해 시정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문제는 사무처와 운영상의 문제만이 아니라 바뀐 정치 지형 속에서 문화예술 운동이 당면한 본질적인 문제인데, 그들은 그것을 자꾸 형식적인 문제로 치환하려고 하는 것 같다.

 

사실 인천민예총이 보수적 성향인 예총에 비해 내세울 것이라고는 도덕성 하나인데, 자꾸만 시 권력과의 교감을 통해 파이를 늘이려고만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야전 활동가들이 그야말로 헝그리 정신마저 잃게 된다면 우리가 비판하는 관변단체나 보수 세력들과 무엇이 다를 것인가. 더 많은 지원을 위해 실력행사를 하고 막후에서 차기 시 권력 확보가 유력해 보이는 세력들과 협상을 하려고 하는 것을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물론 민예총 출신 문화부 장관이 들어섰고 철옹성처럼 보이던 청와대 권력을 끌어내린 지난겨울의 촛불투쟁의 경험들은 뭔가 그 동안 고생해 온 세력들에게 반사적 이익을 기대하게 만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예술가들만의 싸움으로 획득한 결과인가?

 

내년쯤에는 나도 조직생활을 정리해야 하는 게 아닌지 조심스레 고민을 해 본다. 문학을 하는 사람이 자기에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어울리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당장의 생계 문제가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늘 절박할 때마다 경험한 여호와 이레를 나는 믿는다. 분명 새로운 결심은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 내는 법이다. 미리 조바심 낼 필요는 없다고 본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몸도 맘도 단단해져야 할 때가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