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집에 있길 잘했다
달빛사랑
2017. 9. 30. 20:00
9월의 마지막 날이자 추석 연휴가 시작된 날, 하루 종일 집에서 어머님과 지냈다. 어머님과 단 둘이 있을 때 나는 대부분 방문을 닫지 않는다. 거실에서 홀로 텔레비전을 보시는 어머님이 쓸쓸해할까 봐서도 그렇고 가끔 뉴스를 보시다 혼잣말 하시는 어머니의 말씀에 대구를 해주어야하기 때문이다. 오늘처럼 단 둘이서 하루 종일 집에 있다 보면 어느 순간 어머님의 외로움이 아프도록 느껴진다. 좀처럼 외출을 하지 못하고 늘 집안에서 홀로 지내야만 하는 어머니의 하루가 머릿속에 그려지며 왠지 모를 죄책감이 나를 감싸는 것이다. 빈 집의 적요를 홀로 견뎌야 하는 어머니의 입속에는 아마도 수백 마리의 거미들이 살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지상에 뱉을 수 있는 어머니의 남은 문장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외출하지 않고 집에 있기를 잘했다. 밝은 상현달이 창문 밖에서 힐난하는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어머니는 내게 빛이거나 빚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