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어머니와 도란도란
주말에도 사무실에 나가질 않았다. 어머니의 컨디션이 여전히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부기는 많이 내렸고 눈도 조금은 맑아진 것 같아서 맘이 놓였다. 모처럼 어머니 옆에 앉아서 쉼 없이 풀어 놓는 어머니의 옛날이야기를 적당한 추임새를 섞어가며 들어주었다. 점심때는 칼국수를 만들어 드렸는데, 입에서 당기는 음식이 없다며 아무 것도 드시지 않던 어머니께서 “참 맛있게 끓였네. 내 입에는 조금 짠데, 뜨거운 물을 조금 넣어 먹으면 괜찮을 것 같다.” 하시며 한 그릇을 깨끗하게 비우셨다. 맛있게 음식을 먹고 있는 아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어머니의 당연한 기쁨일 테지만 아들인 나 역시 편찮으셨던 어머님께서 음식을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니 너무나도 기뻤다. 뭔가 음식을 몸 안으로 넣는다는 것은 회복의 기미가 있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식사 후 잠시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다 방 안으로 들어가셔서 다시 잠이 드셨다. 오후의 시간은 조용히 흘러갔다. 마치 온 집안에 수면 성분의 가스가 뿌려진 듯 어머니도 나도 긴긴 낮잠을 잤다. 자다가 일어나서 어머니 방문을 열어보니 어머니는 여전히 잠 속에 계셨다. 베란다 빨래를 걷고, 슈퍼에 가서 계란을 사다 놓고, 참기름을 사고, 텔레비전을 켰을 때 어머니는 비로소 잠이 깨어 거실로 나오셨다. 창밖으로는 스멀스멀 어둠이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저녁에는 어머니 드시라고 사다놓았던 소고기를 구워서 먹었다. 실상은 내가 거의 다 먹었다. 저녁 이후 주무시러 들어가신 9시30까지 나는 어머니의 넋두리를 누워서 듣고 있었다. 어머니는 말씀 도중 가끔 한숨 쉬셨고 또 가끔 환하게 웃으셨다. 새롭게 시작된 9월의 둘째 날이 저물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