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도대체 무엇을 먹으라는 밥상인 것인지
달빛사랑
2017. 8. 17. 18:00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사무처장 면접을 보았다. 차려놓은 밥상에 먹을 것이 없는 형국이었지만 채용일정은 진행돼야하기 때문에 함량미달의 인물들 중에서 어쩔 수 없이 택일을 해야 하는 일은 무척이나 곤혹스러웠다. 모두 세 명의 응모자 중에서 두 명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었고 한 명은 엊그제까지 나와 함께 재단 이사로 활동하던 사람이었다. 스펙도 대단하고 경험도 많은 사람이었지만 나는 그가 소리 없이 이사를 그만두고 사무처장 공모에 응시했다는 것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심사를 ‘회피’했다. 도저히 그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나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두 사람이 최종적으로 추려졌고 두 사람 중에서 대표이사가 한 명을 낙점하면 채용과정은 끝이 나는 것이다. 10년의 역사를 갖는 공공기관의 사무처장을 이런 식으로 서둘러 채용하는 것에 대해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지역문화계와의 공론화 과정도 없고, 심지어는 왜 지금 시기에 엄청난 예산을 소비하면서까지 사무처장이라는 직제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 나는 여전히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전혀 문화적이지 못한 방식으로 인천문화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단위의 핵심 인사를 선발했다. 나 역시 이것에 대한 책임에서는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우울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