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 이제 정말 가을이 오나요?
자연의 시계는 이렇게도 빈틈이 없다니 절기상 입추인 오늘, 저녁에는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민예총이사회들과 저녁을 먹고 사무실로 다시 들어올 때 온몸 위로 부는 바람이 낯설기조차 했습니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거리를 몇 분만 걸어도 땀이 비 오듯 했는데 오늘은 식당에서 사무실까지 걸어오는데 시원함마저 느꼈으니 낯설 수밖에요. 물론 아직 완전히 열기가 가신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더위가 한 풀 꺾였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오묘하고도 감탄스러운 것이 계절의 변화입니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도 이렇듯 자연의 시계처럼 어김이 없다면 믿음이 없어 발생하는 많은 문제들 중 상당 부분은 해결될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돌아가는 길 갈매기에 들러 가수 오혁재와 조구 형을 만나 막걸리를 마셨습니다. 올 들어 처음으로 전어구이를 먹으며 주점 벽면의 텔레비전을 통해 삼성 부회장 이재용 씨가 특검으로부터 12년을 구형받았다는 소식을 봤습니다. 대한민국 재계1순위 재벌의 부회장이 최후 진술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하는데, 참으로 격이 떨어지는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구나 증거가 명백한 모든 사안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을 뿐 끝끝내 국민과 노동자들을 향해 그 어떤 반성과 개선의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 모습을 보며 과연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깜냥이 있기나 한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촛불민심으로 들어선 문재인 정권이 권위주의 시대부터 있어 온 추악한 정경유착의 고리를 완전히 끊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업은 결코 사주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걸 재벌과 그 인척들이 철저하게 인식해야 할 텐데 생각하면 부아가 치밉니다. 투명한 기업운영과 사회공헌 등으로 국가와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의 출현은 우리나라에서는 정말 불가능한 일일까요?
어찌되었든 오늘은 입추, 절기상으로는 가을이 시작되는 첫날입니다. 아직 가는 여름의 몽니는 한결같이 맹렬하지만 도도한 계절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을 겁니다. 올 가을에는 뭔가 좋은 일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