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모임
모처럼 식구들이 모여서 식사를 했다. 식사는 연로한 어머니를 모시고 우리 가족이 할 수 있는 가장 손 쉬운 소통 방법이다. 늘 빈집의 적요를 홀로 견뎌야 하는 어머님으로서는 가물에 콩 나듯 하는 이러한 식사 자리조차 예사롭지 않을 것이다. 기실 이런 식사 자리도 어머님의 생신이나 어버이날이 되어야만 만들어지곤 한다. 평소에 어머니와 함께 하는 시간을 자주 만들지 못하는 자식들이 날 잡아 '의무방어전'을 하는 것이다. 오늘 모임도 며칠 후가 어버이날이기 때문에 만들어진 자리다. 어머니와 함께 할 날들이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남은 날들은 모두 '어머니의 날'이 되어야 할 텐데.... 마음과 달리 그게 쉽지가 않다. 어려울 게 뭐가 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일상의 분주함에 빠져 살다보면 종종 그것을 잊게 된다. 부모를 향한 자식들의 사랑이란 늘 그렇게 이기적이다. 오늘 본 <무한도전>에는 25년 전에 불의의 사고로 아들을 잃은 80대 노모가 출현을 했는데 그 분은 아직까지 아들을 잊지 못해 아들 생각만 하면 눈물이 흐른다고 했다. 그리고 그 슬픔을 떨칠 수 없어 못 먹는 술을 마시며 그것을 이겨보려 발버둥친다고 했다. 세월이 아무리 지난들 가슴에 묻은 아들이 어떻게 잊혀지겠는가. 그것이 어머니의 사랑이다. 그 장면을 보면서 나는 나의 어머니를 생각했다. 어머님도 오래 전에 아들을 잃었기 때문이다. 눈물 많고 마음 약한 어머니는 그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을 어떻게 갈무리하고 살아오셨을까. 생각하면 아뜩하다. 모쪼록 남은 날들 만큼은 더 이상 자식들로 인한 걱정과 근심 없이 편한 마음으로 살아가셨으면 좋겠다. 여러 노인들을 보아왔지만 정말이지 우리 어머니처럼 착하고 마음 여린 노인은 본 적이 없다. 세상이 강퍅해서 마음 여린 사람들이 상처받기 쉬운 것이 사실이지만, 그리고 실제로 어머니는 퍽퍽한 세상살이 속에서 많은 상처를 받아야 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나는 늘 어머니가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는, "착한 사람은 반드시 복을 받는다."는 그 말을 끝끝내 믿기로 했다. 어머니가 받고 싶어하는 복이란 기실 나를 비롯한 자식들의 무탈, 평탄한 삶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부디 어머니가 반드시 '그 복'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 어머니를 향한 나의 궁극의 기도다. 결국 그것은 나를 위한 기도이기도 할 테니까.
뉴스에 의하면 대선 사전투표율이 사상유래 없이 높았다고 한다. 젊은층들이 대거 투표를 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바람직한 일이다. 세상이 확실히 달라질 모양이다. 아직도 파렴치한 보수우익들의 되도 않는 몽니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그 모든 것들을 이번만큼은 일소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불편부당한 하늘의 뜻이 존재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 믿고 싶다.